공기업 씀씀이 여전히 '헤퍼'

2015-08-05 11:10:38 게재

8년째 수입보다 지출 많아

주요국은 대부분 흑자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씀씀이가 여전히 헤픈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가 8년간 지속되고 있었다. 주요국 공기업 수지는 대부분 흑자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건전성은 여전히 취약해 보인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공공부문 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공기업(금융공기업·비금융공기업)의 총수입은 223조1000억원, 총지출은 225조6000억원이었다.수입에서 지출을 뺀 저축투자차액은 -2조5000억원으로 지출이 수입을 초과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0.2%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명목GDP 대비 저축투자차액 비중은 이명박 정부 때 최악이었다가 최근 마이너스가 줄어들고 있지만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플러스라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이후 한번도 마이너스를 벗어난 적이 없지만 영국 덴마크 등의 공기업 부문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플러스 상태를 꾸준히 지속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기업 부문이 적자를 기록했던 일본은 2011년 이후 플러스로 전환했다. 다만 호주는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공기업 부문의 적자 여부는 각 나라별로 민영화 진행정도, 사회기반시설(SOC)이나 에너지 기업 등이 공기업에 포함되어 있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대규모 공기업이 포함된 경우 발전설비나 에너지 관련 투자가 일정 부분 필요해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중 비금융공기업의 총지출이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점은 주목된다. 2013년 총지출이 201조6000억원으로 최고치에 달했던 비금융공기업 부문은 지난해에는 193조3000억원 지출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비금융공기업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저축투자차액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24조3000억원에 견줘 20조2000억원이 줄었다.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비금융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해외자원개발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떠안으면서 지출은 물론 빚까지 급격하게 늘어나 우려를 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사업들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씀씀이도 줄어들고 있어 높은 부채비율도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말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채규모 상위 7개 공기업(토지주택·전력·가스·도로·석유·철도·수자원공사)의 부채는 2013년 말 기준 357조2000억원으로 이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245.3%였다.

비금융공기업의 수지가 개선된 데는 부동산 덕도 컸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미분양주택 분양 등 부동산개발 또는 공급과 관련된 공기업의 실적이 개선됐다. 또 전기료 인상 등으로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매출이 올랐다.

한편,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금융공기업, 비금융공기업을 모두 합한 공공부문의 수지는 16조원 흑자였다. 이는 2007년(17조6000억원)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